홍콩시내에서 약 1시간 거리에 지어진 중국식 불교사찰이자 수도원이다. 홍콩 재벌 리카싱의 기부로 2003년 착공하여 10여년 간 공사 후 2015년 4월에 개산하였다. 아직 10년이 되지 않았고, 완전 예약제로 관리가 매우 잘 되어있다.


건축
기둥에 쓰인 목재의 두께와 색이 예사롭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가까운 동남아의 teak가 아닐까 했지만 의외로 아프리카산 padauk 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사찰만의 고유한 스타일은 느껴지지 않지만 미니멀하고 정제된 톤으로 일관되게 디자인하려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중국 전통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보면, 엘레강스한 패턴이나 곡선의 사용 등 동일한 패턴 아웃풋이 보이는데,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고민이 느껴진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홍콩의 디자이너 Andre Fu 의 스타일에서도 종종 비슷한 감성이 발견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추구하는 방향에 공감된다.


입구의 사천왕 앞에 한국에서는 본적없는 Phurba (금강궐) 를 들고있는 매우 독특한 신장이 있어 찾아보니, Skanda 라는 천신인데 한글로는 위타천, 사건타천, 동진보살, 위천장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주로 대승불교권에서 경내를 지켜보며 불법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신장으로 알려져있다.



대웅전(Grand Buddha Hall) 에는 석가모니불, 약사여래불, 아미타불이 있고, 마하가섭과 아난다가 석가모니불을 양 옆에서 모시고있다. 이 사찰의 대웅전은 내가 평생 방문한 모든 절을 통틀어 가장 강렬한 느낌을 받았는데 18미터에 달하는 천정 안에서의 공간감, 압도적인 불상의 크기와 섬세한 장식 등 단연 지산사의 하일라이트라 할수 있는 곳이다.



Universal Gate 라는 곳은 경내에서 두번째로 넓은 홀인데, 여섯개의 팔이 달린 관세음보살(Cintacakra Avalokiteśvara) 이 모셔져있는데 근접촬영이 어려웠다.





거대한 70미터 크기의 관음보살상은 먼 발치에서도 보이고, 특히 주요 포인트인 분수대 앞에서는 지붕경계와 보살상의 머리가 일직선상에 보이는데 의도가 있어보이지만 적절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관음보살상은 대형 주조물 특유의 경계가 없어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조립하고 옮겼는지 의문이라 찾아보니 자가세척되는 불화탄소 페인트를 도색했다고 한다. 아마 경계부위가 페인트로 매꿔진게 아닐까 추측된다.
지산사의 건축은 당시 홍콩중문대(CUHK) 건축학 교수였던 Ho Puay Peng 이 주도했는데, 현재는 싱가폴 국립대 학장으로, PMQ를 비롯 홍콩내 역사유적 관련 프로젝트에 기여한 이력을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Ho 교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지산사 설계 당시 당나라 건축을 그대로 모방하면 가장 쉬운 방법이었겠지만, 과거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것이 주 목적이고 이에 따른 리서치가 상당한 시간 소요되었다고 한다. 기존 골조는 현대적 철근으로, 나머지는 리서치에 기반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다. 아래는 인용구.
Its style is inspired by the more solemn and elegant styles of the Tang, Northern Song, Liao and Jin dynasties, which existed over a period of about 600 years beginning in the 7th century.
7세기부터 약 600년 동안 존재했던 당나라, 북송, 요나라, 금나라의 엄숙하고 우아한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입니다.
“‘불교 교리의 존재가 느껴지는 조화로운 실체, 즉 완전함과 통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당송 시대 중국 불교의 주요 학파인 천태종의 중요한 계율 중 하나입니다.”
“원융(圓融)은 서로 다른 것을 통합하여 새롭고 완전한 개체를 만들어내는 것”.
박물관
입구에서 시청각 자료를 본 뒤 안내되는 내부는 각국의 다양한 불교 미술품을 볼 수 있고 기원전 자료까지 폭넓게 전시되어있어 꽤 볼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인도 북부 여행 당시 봤던 아소카 시대 불상과 유사한 형태의 석가모니불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법보실 (法寶室) 이라는 공간은 닫혀진 문의 장식 사이로만 내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게 아닐까 했지만 확인해보니 현대 3대 불교 분파의 불상과 경전을 상징적으로 모셔둔 공간이었다. 진신사리가 모셔진 수많은 국가를 방문했지만 물질보다 붓다의 가르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런 시도가 더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아래는 홈페이지의 발췌
불교는 중국, 티베트, 남방의 세 가지 주요 분파를 중심으로 2,000년 이상 계속 발전해 왔습니다. 각기 다른 분파이지만 기본 개념은 동일합니다. 관음상 아래에 위치한 불보전에는 세 분파의 불상과 경전이 각각 소장되어 있어 불교의 가르침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포용성을 상징합니다.
벌써 다녀온지 8개월 가량 지난 시점이라 기억이 좀 희미하지만 전체적으로 부지자체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핵심적인 요소들만 배치되어있어 매우 정갈한 사찰이라는 기억이 남는다. 홍콩이나 중국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보기는 어려웠지만 전통과 현대 사이 적절한 지점을 찾으려 고심한 흔적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대웅전의 불상들은 홍콩 란타우 섬의 자이언트 붓다(Tian Tan Buddha)와 인도 보디가야 대불 (Great Buddha of Bodh Gaya)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천정아래의 공간감 때문에 압도적이고 묘한 경외감이 느껴졌다. 홍콩 시내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자연속 사찰이니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방문을 추천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