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시모 비넬리 Massimo Vignelli
한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면, 보통 저학년 때 대가들의 서적이나 디자인의 역사부터 배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책들은 어느 정도 실무를 경험한 후에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오늘날 대학은 사실상 직업 양성소와 다르지 않으며, 디자인 커리큘럼도 경제 논리에 따라 구성되는 시대다. 이런 현실 속에서 ‘Multidisciplinary Design’이라는 말은 때로 공허하게 들리기도 한다. 고상함을 추구하는 태도가 낭만주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낭만이 존재하던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들의 책에서는 여전히 깊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책에 등장한 포커스 그룹에 관한 내용은 오늘날의 디자인 실무에도 여전히 많은 시사점을 준다. 특히, 두려움을 덜어내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메시지에서 큰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디자인의 성과가 ‘retention rate’로 측정되는 시대지만, 이 책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의 역할과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우연히 이 책을 집어 들고 읽다가 남겨둔 글인데, 벌써 1년이 지났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무섭게 빨리 흐르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