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

프랑수아 알라르의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Visite Privée, 사적인 방문 또는 은밀한 방문)피크닉에서 전시 중이다.
피크닉은 전시장 내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관람객에게 무음 카메라 앱을 의무 설치하게끔 안내하고 있는데, 어플 완성도가 떨어지고 광고가 떠서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무척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운영 포인트.

사실 전시보다 이곳 피크닉이 더 궁금해서 개관 초부터 오고 싶었는데 때 늦게 다녀왔다. 원래 있던 효림빌딩을 전면 리노베이션한것으로 알고있는데 이전 건물의 용도가 궁금하지만 그냥 오피스 아니었을까 추정. 고도성장기 난개발 상징으로 여겨지는 성수동, 을지로 등지의 건물들을 완전히 새로 짓는 것보다 현대적으로 재활용하는 시도들을 몹시 바람직하다 생각하기에 공사 전후의 히스토리와 요약된 건물 정보가 한켠에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건물이 자리한 위치도 매력적이지만 전시장 내/외부 동선에서 세심함이 보이고 특히 옥상 정원으로 연결되는 공간이 인상적이다. 날씨가 한몫하긴 했지만 BoConcept 의 가구가 어우러진 발코니형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뷰가 기억에 남는다.

피크닉이라는 공간을 만든 회사 글린트glint에 대해 찾아보니 피크닉 홈페이지에 짧은 소개가 있고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사 전/후 사진 일부가 하일라이트에 남아있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원 스타 프렌치 레스토랑 제로 콤플렉스(Zerocomplex)도 같은 건물에 입점(23년 5월 기준, 곧 이전예정)해있고 샵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중이다. 고즈넉한 남산 아래 우거진 나무들 사이 자리잡은 쾌적하고 매력적인 공간이다.


내 사진에 장소를 담고 싶지 않다.
장소가 지닌 분위기, 영흔, 그리고 감정을 담고 싶다.
I don’t want to capture a place in a photograph
I want to capture the mood, soul, and emotion of the place.

François Halard

전시 얘기를 해보자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돔 형태의 부식된 건물 ‘쿠폴라(La Cupola)’ 그리고 고풍스런 건축 안에서 이질적 조화가 돋보인 자하 하디드의 설치물 ‘아우라(The Aura)’였다.

사진 업계에서 명성이 있다고 하는데 본 전시의 사진만으로 특별함을 읽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건물이나 인테리어 사진을 좋아하긴 하지만 보도사진을 제외하고 사진을 보며 큰 감동을 느낀 적이 없기도 하고, 다만 작가가 코코샤넬, 입생로랑, 호크니 등 당대 명사들의 사적 공간에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명성을 쌓아나간 과정이 궁금했다. 이에 관해서는 보그 코리아의 기사를 참고할 만하다.

라 쿠폴라, La Cupola by Dante Bini

라 쿠폴라는 검색을 해보면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다양한 언론, 잡지의 기사들이 쏟아지는데, 이유는 건물의 독특한 외형과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곳에 얽힌 스토리 때문일것이다. 1960년대 당시 큰 영향력을 가졌던 커플, 영화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Michelangelo Antonioni)와 여배우 모니카 비티(Monica Vitti)의 의뢰로 건축되었지만 그 둘의 로멘스가 끝나고 퇴색된 관계를 상징하듯 건물이 자연속에 방치된채로 남았다. 22년 Cultured 기사에 따르면 지금도 이 건물을 방문하려면 수풀을 헤치고 펜스를 뛰어넘어야 할정도로 접근성이 나쁘다고 한다.

라 쿠폴라를 설계했던 건축가 단테비니(Dante Bini)는 커플이 헤어지고 나서도 그 둘과 우호적인 친구로 남은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터뷰 당시엔 현재의 낡은 건물 사진을 보고 회상에 잠겨 눈물을 흘렸다고. 미켈란젤로 감독은 사망하기 직전까지 이곳을 소유했다고 하니 꽤 많은 애착을 가졌던것으로 보인다.

여배우가 감독에게 건축가 단테비니를 소개시켜준 배경 그리고, 설계 및 시공 과정까지의 짧지만 상세한 인터뷰가 있으니 참고할만하다. 유명 커플 건축주와 이제 막 건축가로서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건축가, 셋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감독은 모니카와의 로멘스가 끝난 이후에도 라쿠폴라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주변이 관광객으로 북적이기 시작하면서 거주지를 옮겼다고한다. 애초에 혼자 있고싶어 지은 돔 형태의 건물에서, 심지어 어느 위치에서도 자연이외의 것이 보이는것을 참지못해 시야에 거슬리는 주변 건물의 설계를 변경하게끔 압력을 넣은 일화도 있는것으로 보아 여간 사람 싫어하는 성격 아니었을듯. 앞선 일화만 봐도 미켈란젤로는 성격이 보통이 아니었는지 시공단계에서의 요구사항을 읽다보면 어질어질…심지어 설계비 정산도 애초에 거부하고 일 끝나면 다른 건물 지을 수 있게 소개해준다고 퉁쳤다고.


The Aura

비범한 곡선이 역시 자하하디드다 싶어 주의를 끌었다. 이질적인 고건축 안의 현대적 곡선의 조화가 매우 매력적으로 보여 리서치를 좀 해보았다.

‘아우라’ The Aura 는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건축가 중 한 명인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탄생 500주년이자 2008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조형물이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두 개의 조각품, 아우라-S와 아우라-L로 구성되어 방의 빛과 공간을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이 조형물이 설치된 빌라 포스카리 (Villa Foscari aka La Malcontenta)는 16세기에 팔라디오가 건축하였는데 여러 소유주들을 거쳐 현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관광객도 방문 가능하다. 과거에는 공관으로 활용되거나 당대 부유층들이 르 꼬르뷔지에, 처질 등 유명 인사를 초대해서 파티장소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빌라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과도 관련있다.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샤일록의 집은 “리알토에 있다”고 묘사되며 “아름다운 집”이라고 한다. 일부 학자들은 샤일록의 집이 빌라 포스카리에서 영감을 받았을 수 있다고 믿는다. 빌라 포스카리가 샤일록의 집의 영감이 된 것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두 건물은 몇 가지 유사점을 공유한다. 두 건물 모두 운하의 둑에 위치해 있으며 고전 양식으로 지어졌고 우울하고 위협적인 장소라는 평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샤일록이 종종 묘사되는 방식과 유사하다.

‘아우라’ 는 빌라 포스카리의 팔라디안 건축과 자하 하디드의 현대적 디자인의 대화라 할 수 있다. 조각품은 빌라의 비례와 기하학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동시에 방 안에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있다. 조각품의 구성과정에 관한 영상을 자하하디드 홈페이지에서 참고 할 수 있다.(내 눈엔 다소 어거지로 보이긴하지만..) 팔라디안과 하디디안 건축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축하하는 의도로 설치되어 비평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성공했는데 그 아름다움, 혁신성, 그리고 빌라 안에 새로운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찬사를 받았다. ‘아우라’는 빌라 포스카리의 영구적인 설치물로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다. 설치물에 관한 자세한 사진은 자하하디드 참조.

전시는 네이버 예매를 통해 가능하며 2023.7.30 까지 이어진다.
주소 : 서울 중구 퇴계로 6가길 30(남창동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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